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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 방/아티스트 썰 방

존 콜트레인과 프리재즈(Feat. 가벼운 음악 이론-모드,콜트레인체인지 등등)

by JLMT 2025. 4. 22.

 

지난번 재즈 장르 소개 가이드를 작성하면서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잘 봤다는 얘기를 해주어서 놀랐고, 꽤나 행복했다. '아직도 재즈의 맥은 이렇게나 역동적으로 살아 숨쉬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달까.

그리고 그와 별개로 아쉬움의 소리나 요청사항들도 많이 있었는데, 그중에 은근 나를 움찔하게 만든 것이 바로 '콜트레인의 부재'였다.

 

 

최고의 색소포니스트일 뿐만 아니라 재즈 작곡에서도 거장의 대우를 받고 있는 존 콜트레인.

오늘은 비밥부터 시작해 프리재즈의 전설이 되기까지. 끊임 없는 탐구와 발전으로 다양한 시대의 재즈를 모두 섭렵하며 결국 재즈의 성인(Saint of Jazz)으로까지 불리게 된 그의 일생과 음악을 낱낱히 파헤쳐보...기엔 분량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나중으로 미루고, 가볍게 일대기를 따라가며 모던재즈와 프리재즈를 한 번 찍먹해보도록 하겠다.

 

John William Coltrane (1926.09.23~1967.07.17)

 

난 다 잘해.

지난 포스팅과 영상들을 보았다면 이제 스윙, 비밥, 쿨재즈 ,하드밥등등의 기본적인 재즈 장르에 대한 이해는 충분할 것이다. 가끔 달리는 댓글중에 '00 아티스트는 무슨 장르인가요?' 이렇게 물어보는 상황이 종종 있는데, 물론 아티스트 별로 주력 장르는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사실 정해진 한가지의 장르만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들도 젊은 시절 계속 공부하고 다른 선배들의 명작들을 받아들이며 성장을 할 것이고,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에 함께 흘러가며 나이가 들어감과 함께 숙성되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콜트레인도 마찬가지.

 

그의 재즈 커리어는 찰리파커나 디지 길레스피 같은 비밥의 거장들 옆에서 세션 혹은 사이드 킥으로 시작되었다. 비밥에 도통할 것은 당연지사!  그 뒤로 마일스 데이비스의 퀸텟에 대체 색소포니스트로 들어가서 전설의 하드밥 명작 'Cookin', Relaxin', Workin', Steamin''의 4장을 릴리즈 하며 하드 밥도 확실히 마스터 했다. 비록 좋지 않은 가루에 너무 심하게 빠져버리는 바람에 짤려버리긴 했지만...

모두가 명반으로 평가받는 ~잉 시리즈

 

 

그래도 그 뒤에 초인적인 인내력을 바탕으로 단약에 성공하고, 드디어 본인의 이름을 걸고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된다. 직전까지 함께 활동하던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 시절 주요 장르였던 하드밥을 베이스로 서서히 자신만의 매력을 녹여나가기 시작하는 귀중한 앨범들인데, 그중 'Blue Train'이라는 앨범이 대박을 치며 드디어 리더로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다.

 

블루 노트 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앨범이라 앨범명도 'BLUE TRAIN'

 

그리고 3년만인 1958년, 다시 마일스 데이비스와 재결합을 하게 되는데, 이번 마일스의 작품 컨셉은 선법(Mode)에 기반한 모달 재즈 였다.

 

선법, 즉 모드란 3음으로 결정지어지는 장조/단조의 개념이 생겨나기 전에 고대시절부터 존재하던 음악 체계로, 아이오니안부터 로크리안까지의 7선법을 베이스로 하는 방식인데 우리가 요즘 주로 듣는 장/단조 체계의 음악과는 사뭇 색다른 느낌이 든다. (사실 이 모드라는게 꽤 흥미롭고 재미있는 주제라 한 번 꼭 다뤄보고 싶기는 한데, 아무래도 이론적인 얘기이다 보니 너무 지루해질까 고민중에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탄생하게 된 음반이 바로 전설의 그 앨범, 'Kind of Blue' 이다.

단언컨데 재즈 애호가라면 이 음반을 닳고 닳도록 들었을 것이다. 혹시 아직 안들어봤는가? 마일스 데이비스와 존 콜트레인에 더하여 윈튼 켈리, 빌 에반스 등등의 어마어마한 거장들이 참여했을 뿐 아니라 , so what?, all blues, Blue in Green 등 어마어마한 명작이 모두 담겨있는 명실상부 재즈 역사 최고의 명반이다. 반드시! 들어보기를 열 번, 아니 백 번 넘게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아직까지 재즈 애호가중에 이 앨범을 모르는 사람은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거인의 발걸음

콜트레인의 대표곡이야 셀 수 없이 많지만, 그래도 단 한 곡만 꼽으라면 역시 'Giant stpes'을 빼놓을 수가 없다. 

'Giant steps'는 Rate Your Music에서 하드밥 부문 올타임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수성하고있는 명반 of 명반 'Giant steps'에 들어있는 동명의 타이틀 곡인데, 성큼성큼 전조하는게 마치 거인의 발걸음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에서 그는 이후로 콜트레인 체인지라 불리는 기법을 사용했는데, 이 코드 프로그레션은 단언컨데 그 시절 최고의 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 간단히 짚어보자면, 12개의 건반으로 이루어진 한 옥타브는 장3도 간격으로 나누면 정확하게 3등분이 된다. 콜트레인은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한 옥타브를 3등분하는 3개의 키를 찾은 다음에, 도미넌트 모션을 통해 그들간의 유기적인 진행을 이끌어 낸 것이다.

 

5도권 진행을 나타내는 'Circle of Fifths' 이미지에서 보면 더 흥미로운데, 콜트레인이 찾은 3개의 키는 한 옥타브를 정확하게 3등분 하는 만큼 이 원에서 정삼각형을 그리게 된다. 일반적인 5도 진행으로는 12번을 거쳐야 다시 원래의 키로 돌아올 수 있는데, 이 콜트레인 체인지에서는 단 3번이면 원래의 키로 돌아올 수 있으니 이것을 거인의 발걸음이 아니면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Circle of Fifths와 콜트레인 체인지의 정삼각형

 

 

 

콜트레인은 자유에요! - Coltrane is free!!!

이렇듯 재즈의 모든 장르를 섭렵하며 대가로 성장하게 된 콜트레인은 선배이자 동료였던 마일스 데이비스가 퓨전 재즈의 선구자 적인 역할을 한 것과는 조금 다르게, 말년에 이르러 모던 재즈를 넘어 프리 재즈에 귀의하게 된다. 그렇다면 프리재즈란 무엇일까?

이걸 위해 우리는 지금까지 콜트레인의 음악 여정을 따라왔다고 할 수 있다.

 

프리재즈란 간단하게 말해서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를 표현하고자 한 장르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iPDzlSda8P8

프리재즈의 거장이자 창시자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Ornette Coleman의 앨범 'Free Jazz'. 듣고있다 보면 대략 정신이 아득해진다.

 

즉흥연주가 재즈의 아이덴티티이며 그 어떠한 장르보다도 더 자유로움을 뽐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진실된 의미의 자유와는 거리가 멀었다. 우주로 뻗어나가는 듯한 다채로운 즉흥연주를 통해 '헤드'라는 송 폼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지만 결국 그 행위 자체가 그 송폼이라는 구조 안에 종속되어 있음을 역설적으로 더욱 더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비밥-하드밥을 넘어 모던 재즈까지 재즈가 발전하면서 더더욱 새로운 사운드로의 접근인줄 알았던 모달 사운드는 일곱 음만을 사용하는 모드 특유의 성질로 인해 자칫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일쑤였고, 여기에서 답답함을 느낀 재즈 아티스트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거기에 1960년대, 흑인들의 인권 차별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정치적으로도 '기존의 사회적 틀에 대한 저항'이 조명 받게 되었고 그렇게 기존의 틀과 형식을 깨부수는 프리재즈의 시기가 도래하게 되었다...까지는 아니고. 워낙에 매니악한 사운드의 장르라 대중적으로 크게 성행하지는 못했지만 나름의 한 장르로 깊이있는 족적을 새기는데에는 성공했다.

 

프리재즈의 핵심은 위에서 말했듯이 형식을 깨부수는데에 있다. 박자나 조성에 구애받지 않고 아티스트의 느낌을 담는 것에 최대한 충실하였으며 특히나 곡의 구조적인 특징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예측을 깨버리는 것에 집중한 것이다. 보편적인 곡들에는 보편적인 틀이 있다. 가령 8마디의 한도막 형식을 본다면 a-b-a`-b` 나 a-a`-b-a`` 혹은 a-b-c-a` 등등 2마디 단위의 동기를 가지고 조합해서 곡의 틀을 짜게 된다. 그래서 처음 듣는 곡이라도 청취자들이 대략적으로나마 곡의 구성을 인지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a-b-a`-b`형태의 간단한 멜로디

 

이러한 반복적이고 패턴이 있는 구조에서 사람들은 예측을 하고 안정을 느끼게 되지만... 프리재즈는 그 부분을 가볍게 박살을 내버린다. a-b-a`-b`같은 구조가 아닌 a-b-c-d-e-f-g....로 무한하게 확장해 나가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a로 돌아와서 끝을 내버린다던지, 아니면 a-b-a`-b`같은 구조여도 2마디씩 동일하게 이루어진 패턴이 아닌 a는 3마디, b는1마디, a`는 5마디 같은 식으로 간다던지... 여기에 밑도 끝도 없는 전조와 4/4->4/5->3/4->4/4 등으로 변화무쌍하게 오가는 리듬까지...

 

말 그대로 프리재즈인 셈이다.

 

A Love Supreme

내가 위에서 프리재즈가 대중적으로 크게 성행하지 못한 장르라고 했었는데... 일반적으로는 맞는 말이다만, 프리재즈 앨범중에서도 공전절후의 히트를 친 명반이 한장 있다.

 

바로 콜트레인 후기작이자 정규 12집. 프리재즈의 시발점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앨범 'A Love Supreme'이다. 미국 내에서만 100만장이 넘게 팔리는 혁혁한 성과를 거둔 명반으로 타임지 선정 100대 앨범, SFJAZZ 선정 15대 색소폰 명반, 미국 의회도서관 영구 등재 앨범, 그래미 명예의 전당 헌액작, 더 와이어 선정 역사상 가장 중요한 100대 레코드 등등 수 많은 매체들에서 그 엄청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프리재즈라고는 해도 초창기인 만큼 감상하는데에 큰 벽이 느껴지지도 않고, 음악적으로 풍부한 시도들이 잘 담겨있어 한 번 꼭 감상해보기를 추천한다.

 

결국 돌돌콜이랄까. 돌고 돌아 콜트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