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리시차, 유자 왕, 손열음,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까지 다양한 세대의 다양한 여성 피아니스트들을 소개했다. 물론 이들 외에도 훌륭한 다른 피아니스트들도 많이 있지만, 이번 여류 피아니스트 소개 시리즈는 이 인물을 마지막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바로 현재 생존해있는 피아니스트들 중 남녀를 통틀어 전세계 1위이자, 역사상 가장 성공한 여성 피아니스트.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tSAkeEYPyFQ
지구 1옵션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피아니스트로, 무려 1941년생이시니 이제는 80대 중반의 고령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전성기에 버금가는 실력과 열정, 그리고 체력으로 활발하게 연주 및 앨범 활동을 하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강력한 타건과 극한까지 단련된 테크닉을 바탕으로 화려하고 강렬한 연주를 보여주는데다가 곡의 해석과 감정표현까지도 완벽하게 해내는, 지금까지 소개했던 모든 피아니스트들의 장점을 집대성한 엄청난 실력의 거장이다. 196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쿨에서 우승을 달성하며 정점을 찍은 그녀의 커리어는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엄청난 업적과 실력을 바탕으로 그녀에게 붙은 이명이 바로 '피아노의 여제'.
그 이름값에 걸맞게 2019년 BBC에서 집계한 '피아니스트가 뽑은 사상 최고의 피아니스트 순위'에서 9위를 차지하기도 하였는데, 여기 꼽힌 상위 10명의 피아니스트들 중에 지금 기준으로 살아계신 분이 마르타 아르헤리치 단 한명 뿐이다. 그러니까 현역으로는 전세계 1등인 셈.
8살이라는 어린나이에 이미 모차르트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으로 첫 무대를 가지며 본인의 재능을 세상에 선보인 그녀는 그 뒤로도 한동한 어머니에 의해 굉장히 혹독한 연습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15세가 되었을 무렵 모든 테크닉을 마스터하고 세상에 본격적으로 자신의 음악을 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1년뒤인 1957년, 부조니 국제 콩쿨과 제네바 국제 콩쿨에서 모두 우승을 휩쓸고, 1965년에는 쇼팽 콩쿨에서 우승을 해버리면서 지구 역사에 길이 남을 그녀의 피아노 커리어는 탄탄대로를 달려가기 시작한다.
아르헤리치의 퍼포먼스
기본적으로 아르헤리치는 엄청난 테크닉을 바탕으로한 빠른 연주가 돋보이는데, 그녀가 연주한 대부분의 곡들이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평균적인 연주 길이보다 더 짧은 편이다. 또한 대담하면서도 강렬하고 화려한 해석을 주로 보여주며,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그녀의 연주력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_0RpoflsaUM
연주 레파토리 또한 고전보다도 더 이전인 바로크 시대의 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굉장히 폭넓은 바운더리를 자랑한다. 나이가 점차 들어가면서 부터는 독주보다는 협주곡 위주로 연주회를 진행하는데, 독주할 때는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고.
80대 중반이 된 지금도 열정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아직도 긴 시간과 많은 체력을 요하는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등을 무리없이 소화해내는 정정함을 뽐내고 계신다.
그녀가 남긴 수 많은 실황 음반 및 스튜디오 녹음본은 대부분의 음반이 명반으로 평가받고 있는만큼, 꼭 감상해보기를 추천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p4k6cLBB1XQ
아르헤리치의 이모저모
맨 처음 사진에 나온 것 처럼 굉장한 골초로 유명했었다. 암의 일종인 악성 흑색종에 걸렸을 때마저도 줄담배를 쉬지 않고 태워댔었는데, 최근에는 폐 수술을 받아 금연중이라고 한다.
결혼은 살아오면서 3번 했고, 3번 모두 이혼했다. 각각의 남편들과의 사이에서 한명씩, 모두 세명의 딸을 두고 있고 그 딸들은 각자 비올리스트, 음악 저널리스트, 사진작가로 왕성하게 활동중에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HWYofrfPak
연주회를 자주 취소하기로도 유명한데, 이미 모든 일정이 다 잡힌 상황에서도 본인의 최상의 컨디션이 아닌 경우에는 연주를 하지 않고싶어해서 그렇다. 사실 이런 경우에는 업계 평판이 안좋아질 수 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실력으로 여전히 세계 정상의 피아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보면 그저 대단할 뿐. 그러다보니 아르헤리치의 대타로 연주하게 된 신인 피아니스트들이 빛을 보게 되는 경우도 종종 생기는데, 일전의 유자 왕 에피소드에서 소개했던 대로 유자 왕도 그 수혜를 받게 된 경우중 한명이다.
재즈도 상당히 좋아해서 유튜브로 재즈 영상을 즐겨 보는데, 다만 연주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주변에서 꾸준히 권유가 들어오고 있다고는 하는데... 개인적으로 재즈도 좋아하는 만큼 아르헤리치가 연주하는 재즈를 꼭 한번쯤 들어보고 싶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