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비하면 굉장히 역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클래식이 애초에 유럽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우리나라는 클래식 강국이라고 볼 수 있다.
젊은 신성인 임윤찬, 조성진에서 부터 시작해서 거꾸로 올라가면 임현정, 임동혁&임동민 형제, 정명화, 정경화, 정명훈 등 세계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거장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그런 쟁쟁한 한국의 피아니스트들을 꼽을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오늘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손열음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0Ic6T78k6CU
열매를 맺음
'손열음' 이라는 이름은 이름은 국어 교사였던 어머니가 직접 '열매를 맺음'을 줄여서 지어준 이름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이름에 걸맞게 손열음은 그녀의 인생에서 이미 자신만의 열매를 누구보다 훌륭하게 맺어냈다.
중학교 재학 시절, 국내 최고 권위를 가진 이화경향음악콩쿨에서 1위를 하였고, 2002년 중학교를 졸업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한예종에 예술 영재로 입학하였다. 그리고 졸업 후에는 독일 하노버에 위치한 하노버 음대로 넘어가 연주자로서의 자신을 끊임없이 갈고 다듬었다.
그 길고 긴 수학의 시간동안, 다양한 콩쿨에 도전하면서 다수의 1위 및 수상을 거머쥔 그녀는(최근에 임윤찬이 역대 최연소 우승을 달성하며 국내에 다시 한 번 알려지게 된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쿨'에서도 손열음은 2009년에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2011년에 차이콥스키 국제 콩쿨에서 2위로 입상하면서 비로소 만개하게 된다.
러시아 출신 연주자들에게 주로 우승을 안겨주는 차이콥스키 콩쿨의 특성상 외국인인 손열음의 2위라는 성적은 사실상 1위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인정 받았다. 여담이지만 추후에 쇼팽 콩쿨에서 우승하며 유명해지는 조성진도 이때 손열음과 같이 출전하여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NU-XAZjhzA
손열음의 퍼포먼스
악보에 충실하게 박자나 음정을 칼같이 지키며 정확하고 오차가 없는 연주를 하는 것이 손열음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칫하면 과하게 느껴질 수 있는 감정 표현이나 해석을 지양하고 담백한 연주를 추구하기 때문에, 모차르트 같은 고전주의 작품이 잘 어울리는 연주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본인 또한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가 모차르트라고 밝힌 적이 있다. 모차르트를 좋아해서 그런 연주 스타일을 가지게 된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추구하는 연주스타일과 모차르트가 잘 맞아 떨어져서 모차르트를 좋아하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일치된 손열음의 모차르트 연주는 정말 일품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1FCWXPEIONo
그리고 마침내 2023년 3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집을 발매했다. 인터뷰에서 손열음은 " 모차르트는 내 음악의 모국어이자 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굉장한 호평을 받은 해당 음반에 뒤이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 녹음과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녹음에까지 도전하고 싶다고 밝히며 그녀의 여전한 모차르트 사랑을 보여주었다.
다재다능
어머니가 국어 선생님이셨기에, 훌륭한 글솜씨를 이어받은 손열음은 독일 유학시절 중앙일보에 꾸준히 음악 칼럼을 연재하였으며, 연재분을 모아 2015년 5월에는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를 발간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쿨의 예선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된 바 있는데, 이는 부조니 콩쿨에서 예선 심사위원장에 선임된 첫번째 동양인 여성이자, 30대라고 한다.
그 밖에도 평창 대관련 음악제에서 정경화-정명화 자매에 이어 4년간 예술감독을 역임하였고, 2018년부터는 TV 예술무대의 진행자를 맡기도 하는등 연주 외 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족
본인은 클래식 작곡가중 베토벤을 가장 좋아하며, 모차르트와 바흐가 그 뒤를 잇고 쇼팽과 라흐마니노프 보다는 슈만과 브람스를 더 좋아한다. 연주 스타일도 화려함 보다는 담백하고도 정확한 타건을 선호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손열음씨의 연주는 본인에게 굉장한 호의 영역에 있다. 내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와 같은 나라의 국민이라는 건 굉장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연주회를 찾아보기도, 관련 소식을 찾아보기에도 훨씬 편하니까.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서 응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