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우리 생활에서 끊임없이 접하게 되는 예술의 한 형태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음악을 감상하거나, 연주하는 과정에서 그 음들을 지각하는 방식은 사람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 "절대음감"과 "상대음감"이 아마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상위에 위치한 분류 방법일 텐데, 이 두 가지 음악적 지각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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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음감(Absolute Pitch)
'절대' 혹은 'Absolute'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멋짐과 위압감 때문일지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대음감이 어떠한 엄청난 능력이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재능의 척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담백하게 그 의미만을 정의하자면 절대음감이란 '특정 음을 들었을 때 그 음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즉, 어떤 기준이 되는 음을 들려주지 않아도 '라' 음을 들려주면 그것이 바로 '라'임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보면 된다. 또한 같은 절대음감이라고 해도 어떤 사람은 훨씬 더 미세한 음의 변화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특정 주파수 음역대를 벗어나면 맞추지 못하는 등 개인마다 차이가 크다.
전 세계적으로 0.5% 미만의 사람들만이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다고 파악되고 있으며, 이러한 절대음감을 지니게 되는 데에는 유전적 요인과 더불어 어린 시기에 음악적 환경에 노출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어린 시기에 음악을 공부하거나 음악적 활동을 많이 하게 되면, 절대음감이 발달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선천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완전히 훈련으로 얻기는 어렵다.
상대음감(Relative Pitch)
상대음감은 절대음감과는 다르게 음의 절대적인 높이를 인지하는 것이 아닌, 음 간의 상대적인 관계를 이해하고 인지하는 능력을 뜻한다. 즉, 두 개 이상의 음이나 멜로디를 들었을 때 어떤 음이 상대적으로 더 높거나 낮은지는 파악할 수 있지만, 그 음이 정확하게 어떤 음인지 식별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대신 훈련된 상대음감 소유자는 기준음을 미리 알려주고 다른 음을 들려주면 그 두 음 사이의 상대적인 거리(interval)을 파악하여 다른 음을 맞출 수 있다. 기준을 잘 세운다면 절대음감과 비교해서 음의 인식 차이는 크게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절대적인 음의 높이를 판단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다양한 소리에 거부감이 없고, 심지어 튜닝이 잘못되어 있어도 그 음을 기준으로 새로운 조성을 머릿속으로 확립시켜서 그에 따라 상대적인 높낮이 판단으로 계이름을 만들어 듣는다.
선천적인 요인이 커서 훈련을 통해 발전시키기 힘든 절대음감에 비해 상대음감은 음악적 훈련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무엇이 더 좋은가?
요약하자면, 절대음감은 음의 높이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능력으로 상당히 희소한 능력이며, 상대음감은 음 간의 상대적인 관계를 이해하는 능력으로 더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능력이다. 이러한 두 가지 음악적 지각 방식은 모두 음악을 즐기고 연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학문적인 탐구를 통해 나아가고 있는 소수의 현대음악을 제외하면, 머나먼 과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듣고 즐기는 음악은 99% 이상이 '여러 음의 조화로 인한 아름다움'이다. 즉 여러 소리의 상대적인 하모니가 중요하다는 뜻이며, 이것은 대중음악을 하는 데에 있어서 절대음감이 크게 도움 되는 부분은 사실상 전혀 없다는 뜻과 상통한다. 일반 청자들이 듣는 것은 한 곡의 음악이지, 수많은 계이름을 듣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절대음감을 지닌 사람들은 곡의 조성이 바뀔 때 그것들을 '새로운 조성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바로 받아들이기 전에 이미 계이름으로 전부 받아들이기 때문에 전조 과정에서 좀 더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상대음감은 선천적으로 타고나지 않았다고 해도 후천적인 노력으로 어느 정도 성장시킬 수 있으므로, 절대음감이면서 음악교육을 어린 시절부터 받아온 음악가들은 절대음감과 상대음감을 같이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무조음악 / 현대음악 등을 할 땐 절대음감이 아무래도 좋고, 어차피 조성음악을 한다면 절대음감보단 훈련이 잘된 완벽한 상대음감이 오히려 더 효율적이다. 음정의 거리, 그에 따른 느낌, 색채감을 잘 알면 같은 선율에 화성을 붙일 때도 머릿속에 색채감이 다 있으니 곡 작업속도도 매우 빠르고 남이 듣기에도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
심플하다. 본인이 절대음감이라면, 상대음감을 훈련하자. 꽉 찬 육각형의 완벽한 청음 실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본인이 절대음감이 아니라면, 상대음감을 완벽하게 훈련하자. 일상의 음악에서 완벽한 상대음감은 그 자체로 절대적인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