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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 방/음악 썰 방

절대음감 VS 상대음감

by JLMT 2023. 8. 8.

음악은 우리 생활에서 끊임없이 접하게 되는 예술의 한 형태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음악을 감상하거나, 연주하는 과정에서 그 음들을 지각하는 방식은 사람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 "절대음감""상대음감"이 아마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상위에 위치한 분류 방법일 텐데, 이 두 가지 음악적 지각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

 

같은 소리여도 모두가 똑같이 듣는 것은 아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XM2hfB4fB0

짧은 영상으로 소개하는 본문

 

절대음감(Absolute Pitch)

'절대' 혹은 'Absolute'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멋짐과 위압감 때문일지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대음감이 어떠한 엄청난 능력이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재능의 척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담백하게 그 의미만을 정의하자면 절대음감이란 '특정 음을 들었을 때 그 음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즉, 어떤 기준이 되는 음을 들려주지 않아도 '라' 음을 들려주면 그것이 바로 '라'임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보면 된다. 또한 같은 절대음감이라고 해도 어떤 사람은 훨씬 더 미세한 음의 변화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특정 주파수 음역대를 벗어나면 맞추지 못하는 등 개인마다 차이가 크다.

 

전 세계적으로 0.5% 미만의 사람들만이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다고 파악되고 있으며, 이러한 절대음감을 지니게 되는 데에는 유전적 요인과 더불어 어린 시기에 음악적 환경에 노출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어린 시기에 음악을 공부하거나 음악적 활동을 많이 하게 되면, 절대음감이 발달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선천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완전히 훈련으로 얻기는 어렵다.

 

상대음감(Relative Pitch)

상대음감은 절대음감과는 다르게 음의 절대적인 높이를 인지하는 것이 아닌, 음 간의 상대적인 관계를 이해하고 인지하는 능력을 뜻한다. 즉, 두 개 이상의 음이나 멜로디를 들었을 때 어떤 음이 상대적으로 더 높거나 낮은지는 파악할 수 있지만, 그 음이 정확하게 어떤 음인지 식별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대신 훈련된 상대음감 소유자는 기준음을 미리 알려주고 다른 음을 들려주면 그 두 음 사이의 상대적인 거리(interval)을 파악하여 다른 음을 맞출 수 있다. 기준을 잘 세운다면 절대음감과 비교해서 음의 인식 차이는 크게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절대적인 음의 높이를 판단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다양한 소리에 거부감이 없고, 심지어 튜닝이 잘못되어 있어도 그 음을 기준으로 새로운 조성을 머릿속으로 확립시켜서 그에 따라 상대적인 높낮이 판단으로 계이름을 만들어 듣는다.

선천적인 요인이 커서 훈련을 통해 발전시키기 힘든 절대음감에 비해 상대음감은 음악적 훈련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무엇이 더 좋은가?

요약하자면, 절대음감은 음의 높이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능력으로 상당히 희소한 능력이며, 상대음감은 음 간의 상대적인 관계를 이해하는 능력으로 더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능력이다. 이러한 두 가지 음악적 지각 방식은 모두 음악을 즐기고 연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학문적인 탐구를 통해 나아가고 있는 소수의 현대음악을 제외하면, 머나먼 과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듣고 즐기는 음악은 99% 이상이 '여러 음의 조화로 인한 아름다움'이다. 즉 여러 소리의 상대적인 하모니가 중요하다는 뜻이며, 이것은 대중음악을 하는 데에 있어서 절대음감이 크게 도움 되는 부분은 사실상 전혀 없다는 뜻과 상통한다. 일반 청자들이 듣는 것은 한 곡의 음악이지, 수많은 계이름을 듣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절대음감을 지닌 사람들은 곡의 조성이 바뀔 때 그것들을 '새로운 조성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바로 받아들이기 전에 이미 계이름으로 전부 받아들이기 때문에 전조 과정에서 좀 더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상대음감은 선천적으로 타고나지 않았다고 해도 후천적인 노력으로 어느 정도 성장시킬 수 있으므로, 절대음감이면서 음악교육을 어린 시절부터 받아온 음악가들은 절대음감과 상대음감을 같이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무조음악 / 현대음악 등을 할 땐 절대음감이 아무래도 좋고, 어차피 조성음악을 한다면 절대음감보단 훈련이 잘된 완벽한 상대음감이 오히려 더 효율적이다. 음정의 거리, 그에 따른 느낌, 색채감을 잘 알면 같은 선율에 화성을 붙일 때도 머릿속에 색채감이 다 있으니 곡 작업속도도 매우 빠르고 남이 듣기에도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

심플하다. 본인이 절대음감이라면, 상대음감을 훈련하자. 꽉 찬 육각형의 완벽한 청음 실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본인이 절대음감이 아니라면, 상대음감을 완벽하게 훈련하자. 일상의 음악에서 완벽한 상대음감은 그 자체로 절대적인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