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유럽, 재즈는 스테이트.
그렇다면 북미대륙만큼이나 광활한 남미를 상징하는 음악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라틴 음악'이 그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hyxhJLUtEn8
남미. 즉 라틴 아메리카에는 넓은 땅덩이만큼 다양한 민족 음악이 존재하고 있다.
정열적인 삼바(브라질)와 탱고(아르헨티나), 흔히 트로피컬 리듬으로 묶이는 불리는 차차차, 맘보, 룸바 등등...
그렇다면 이들중 재즈 리스너들과 가장 친숙한 장르는 무엇일까?
그렇다. 바로 보사노바다.
보사노바는 재즈일까?
사실 재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스윙과 비밥. 그리고 그 뒤로 보사노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재즈를 평소에 잘 안듣던 사람도 보사노바의 리듬이 들려오면 '음~ 재즈 냄새가 나는걸' 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으니까.
하지만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과 '주앙 지우베르투'가 탄생시켜 세상에 선보인 보사노바는 엄밀히 말해서 재즈의 하위장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브라질의 상징이자, 브라질리안들의 자부심인 삼바를 기본 베이스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미국의 많은 재즈 아티스트들이 보사노바 스타일을 들여오면서 재즈와 접목시키고, 또한 전 세계적으로 유행시켰기 때문에 우리는 재즈의 일부로서 보사노바를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음악의 강세도 다르고, 기본이 되는 리듬감도 스트레이트인걸 생각하면 재즈와 별개의 장르인게 더 타당하긴 한데... 그런데 그 둘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원류가 되는 삼바와의 차이점을 보자면, 우선 많이 느려지고, 아주아주 정열적인 삼바에 비해 상당히 서정적인 느낌이다. 특히 2/4박자인 삼바의 기본 박자와 다르게 보사노바는 4/4박자를 가져가는데, 이 리듬 자체가 굉장히 중독적이고 색이 강하며, 또 매력적어서 보사노바 곡 같은 경우는 화려한 멜로디나, 엄청난 고음을 뽐내기 보다는 곡의 분위기와 특유의 리듬감을 어필하는 경우가 더 많다. 개중엔 원 노트 삼바 처럼 아예 멜로디 변화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보사의 리듬과 분위기로만 승부하는 곡도 있을 정도다.
가장 유명한 보사노바 곡으로는 조빔의 Wave, Blue Bossa, Girl from Ipanema 등이 있는데... 보사 특유의 리듬 색이 너무나도 강해서 재즈 스탠다드 곡 뿐만 아니라 팝이나 클래식 명곡을 보사노바 편곡한 버전들이 수 없이 많이 존재하니, 찾아서 들어보면 또 새로운 맛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9R7f9MkYs34
Punk? NO, Funk!!
외국어들은 아무래도 외국어이다 보니 우리말로 표현하기에 애매한 것들이 종종 있다.
punk와 funk 또한 마찬가지. 펑크로 쓰자니 둘다 같아서 헷갈리고, 그렇다고 funk를 훵크라고 하자니 이건 뭔가 좀 아닌 것 같고...
하지만 우리식 발음은 비슷해도 두 펑크 녀석들은 근본부터 완전히 다른 녀석들이다.
오늘 우리의 주 타겟은 Punk가 아닌, 역시나 흑인 커뮤니티에 뿌리를 둔 Funk겠다.
funk는 소울, 재즈, R&B 등등이 섞여서 탄생한 만큼 다채로운 색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 그래도 가장 핵심이 되는 funk의 아이덴티티는 16분음표가 아닐까 싶다.
funk 이전의 대중음악은 거의 대부분이 8분음표 위주의 그루브였는데, funk에서는 기타 리프, 베이스 & 드럼을 가리지 않고 전부 16분음표의 노트와 싱코페이션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바로 거기서부터 funk 특유의 쫀득쫀득한 그루브가 탄생한다. 특히나 개인적으로는 특유의 날렵하고 하이한 톤의 기타 쨉쨉이를 들을 때 funk의 참 맛이 느껴진다.
또한 비밥에 뿌리를 둔 다양한 텐션 코드를 사용하고(예를 들자면 D7sus4(#9)등등의), 즉흥연주가 빈번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funk 또한 재즈와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지만... 코드 프로그레션 자체는 대체적으로 단순한 편이며, 때로는 원코드로만 이루어져 있는 곡들도 많다. 연주자들끼리 손을 풀기 전에 funk 원코드 잼도 많이 하는데, 체감상 E키가 제일 많은 것 같다. 기타 때문인가?
그래서 어디부터 들어보면 되는걸까?
funk를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무조건 거쳐가야 하는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제임스 브라운. funk의 창시자이자 흑인 음악의 대부인데, 혹여나 이 사람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Tdihu-mp90
funk 특유의 그루브가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맛깔스러운 탓일까. Jazz의 영향력을 받아 탄생한 funk인데, 이게 핫해지면서 오히려 funk의 하위장르로 jazz funk가 탄생하기도 했다. 허비 행콕이나 말년의 마일스 데이비스의 앨범을 들어보면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올 텐데, 특히나 허비 행콕의 대표 곡인 카멜레온은 재즈에 관심이 있는 리스너라면 한 번쯤은 꼭 들어봤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iqomTAiRnVM
그리고 이런 식으로 서로 다른 장르들이 융화되며 음악적으로도, 사운드 적으로도 다양한 시도가 꽃을 피우는 퓨전 재즈의 시대가 떠오르게 되는데, 아마 그중에 대중적으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장르는 바로 이 장르가 아닐까 싶다.
애시드 재즈(Acid Jazz)
많은 리스너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애시드 재즈는 1980년대 중반,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개화하기 시작했다. 런던의 클럽에서 DJ들이 funk,디스코, 하우스, 힙합 등의 리드미컬하고 춤추기 좋은 장르에 jazz 샘플들을 얹어 믹싱하며 플레이 했는데, 그게 너무나도 힙하고 듣기 좋았던 것!
이 또한 다른 흑인 음악들과 비슷하게 싱코페이션이 중요하게 활용되며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몸을 흔들고 있게 되는 그루브를 자랑한다. 96년도에 발매하여 전 세계를 강타하고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도 굉장한 인기를 끌었던 애시드 재즈 밴드 자미로콰이(Jamiroquai)의 Virtual Insanity를 들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지금 글을 적으면서도 듣고 있는데, 방금 문득 알았다. 나 지금 머리를 엄청 흔들고 있구만. (오늘은 까페에서 포스팅을 하는게 아니어서 참 다행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4JkIs37a2JE
그런데 솔직히 이 곡을 들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재즈의 이미지가 떠오르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음...사실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다른 두 가지가 합쳐져 새로운 느낌의 무언가가 탄생하는 것. 그것이 바로 퓨전의 매력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살짝 아쉬운 이들을 위해 한 곡 더, 아니 앨범 한 장만 더 가볍게 소개해보고 넘어갈까 한다. 바로 DJ CAM Quartet의 앨범 'Rebirth of Cool'
사실 처음에는 'Birth of the Cool'을 오마쥬한 느낌의 앨범명을 보고 실소를 지으며 호기심에 들어봤지만...
좋았다. 앨범 수록곡 전부를 한 번 들어보시길 바란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취향에 맞기만 한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일 것이다.
컨템포러리 재즈(Contemporary Jazz)
스윙을 토양삼아 뻗어난 비밥이라는 뿌리위로 쿨 재즈와 하드밥이 피어오르던 이 시기 이후, 내가 생각하는 'jazzy'한 느낌은 많이 바래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 개인의 소감일 뿐이다.)
대신, 퓨전 재즈의 태동과 함께 재즈는 장르적으로 더 변화무쌍해지고 대담해졌으며 수 많은 갈래로 나뉘어 발전해가고 있다.
컨템포러리란 무엇인가? '동시대, 현재의'라는 뜻의 영단어이다.
그러니 말 그대로, 컨템포러리 재즈는 '현재의 재즈' 라는 의미가 되겠다.
퓨전 재즈에서 시간이 흐르며 더욱 현대적인 사운드와 편곡으로 발전하며 이루어진 장르로써, 재즈적인 요소 안에 rock, funk, 힙합 그 외에 다른 장르들을 모두 흡수해서 녹인 그런 장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내가 음악에 처음 빠지게 될 때, LA메탈과 함께 가장 많이 들었던 장르가 바로 컨템포러리 재즈 이기도 하다.
팻 매스니, 포플레이, snarky puppy 등을 그때 당시에 정말 많이 들었고, 특히나 히로미의 음악에는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락, 하드밥의 색이 모두 담겨 있어 한 때 나에겐 선망의 존재였다. 물론 지금도 나의 최애 재즈 아티스트 중 한...손까지는 살짝 애매하고, 최소 두 손 안에는 꼽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fuhHU_BZXSk
10년쯤 전부터 힙하게 떠오른 아노말리나 문차일드, 제이콥 콜리어 등등...
https://www.youtube.com/watch?v=pvKUttYs5ow
https://www.youtube.com/watch?v=coYGq3Ptxcw
사실 퓨전을 넘어 이쯤 오면, 장르 설명보다는 곡 추천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즉흥연주나 텐션의 활용 등의 재즈적인 요소가 핵심이 된다 뿐이지 그 외에는 정말 다채롭고 자유롭게 구성되어지는 곡들이기 때문이다. 장르라는 틀을 깨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현해나가는 아티스트들도 정말 많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그 또한 새로운 장르로 구분되어 불리겠지만.
마치며
내가 지금까지 소개한 장르 외에도 이지 리스닝 스무스 재즈, 모달재즈, 프리재즈 등등 소개 하지 못한 수 많은 장르들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 포스팅의 애초 목표를 생각해보면, 더 이상의 설명은 말 그대로 과유불급.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곡을 우연히 발견하고, 기록해두고, 플리에 담아둘 때의 설렘은, 한 번 맛들이게 되면 정말 빠져나오기 힘든 행복감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나와 같은 즐거움을 느끼고, 나와 함께 음악을 즐기는 동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