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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 방/음악 썰 방

실전압축 - 재즈 입문을 위한 장르 구분법 1편(스윙,비밥,쿨재즈,swing,bebop)

by JLMT 2024. 12. 13.

작금에 이르러 재즈의 장르는 정말 수십가지가 존재한다.

안그래도 이젠 전성기가 지난 비주류 장르(너무나도 슬프게도...)가 되어버린 재즈인데, 그 세부항목까지도 세세하게 나누어지다 보니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재즈에 입문하고자 하는 자가 있는가?

처음부터 모든 장르를 알고 갈 필요가 없다.

방장이 100% 개인적인 취향으로 러프하게 갈라둔, 하지만 분명 입문자들에게 도움은 될 것이라 확신하는 장르 분류 및 소개. 지금부터 들어가보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aQqdBxyf6cc&t=9s

스윙, 비밥, 쿨재즈, 랙타임, 하드밥

 

재즈의 뿌리?

재즈의 시발점은 19세기말 무렵 미국의 뉴올리언스의 아프리카계 사회에서 발생한 Blues와 Ragtime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중 랙타임은 재즈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즉흥연주의 요소는 배제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인 사회에서 시작되었다는 점과 싱코페이션이 곡의 핵심이 된다는 점에 있어 재즈와의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그러니까... 엄밀하게 따지면 재즈는 아니긴 한데, 그냥 뭔가 대중들이 듣기에는 재즈스러운?  

 

https://www.youtube.com/watch?v=s_nBSSXiG9w

스캇 조플린(Scott Joplin)의 전설적인 Ragtime곡 Maple Leaf Rag

 

왼손에 특유의 쿵짝쿵짝 리듬이 나오며 오른손 선율에서 싱코페이션(당김음), 즉 강세의 위치가 바뀐 형태의 멜로디가 올라가있는 것을 핵심적인 특징으로 볼 수 있다. 특히나 왼손 반주 스타일을 Stride(성큼 성큼 걷다) 스타일이라고 부르는데, 요즘 들어서는 이러한 형태의 반주가 나올 경우 그냥 넓은 의미에서 랙타임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음악이 취향이라면 유튜브에서 Ragtime 혹은 Stride piano 등등의 키워드로 검색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UiWNBpnJfr8

아주 신나는 Stride piano 연주. 사실 정통 Ragtime은 너무 빠르게 치는 것은 지양하는 편이긴 하다.

 

 

스윙(Swing)

재즈를 논할 때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단어. 바로 스윙이다. 스윙은 여러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는데 그중 중요한 두 부분을 꼽아보자면 아래와 같다.

 

1. 리듬으로써의 스윙

2. 시대적/장르적 용어의 스윙

 

리듬으로써의 스윙은 모든 재즈 연주자들의 아이덴티티와도 같다. 이를 악보로 표현하자면 셋잇단 음표를 활용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실은 그것은 스윙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식의 스윙 표기는 사실 엄밀하게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연주자마다 유니크하고 독창적인 스윙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 각각의 스윙감을 즐기는 것 또한 재즈를 감상하는데에 아주 큰 지분을 차지한다. 다만 오늘은 장르로써의 스윙을 소개하는 것이 주 목적인 만큼 스윙감에 대해서는 아래의 짧은 영상으로 대체하고자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AgMptWkzRD4

재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무조건 한 번쯤은 봤었을 배리 해리스의 '너희는 전혀 스윙하고 있지 않아'

 

장르로써의 스윙은 좀 더 직관적이고, 대중적이다. 스윙이 재즈계를 지배하던 1930년~1940년대를 'Swing Era'라고 하는데, 이 시기에 뉴올리언스에서 뉴욕으로 재즈의 본거지가 옮겨오면서 10인이 넘어가는 대규모의 빅 밴드 편성이 늘어나게 되었고, 이 음악에 맞추어 사람들은 춤을 추면서 즐겼다. 그리고 이 스윙재즈를 기반으로 춤을 추던 것이 발전하여 스윙 댄스라는 하나의 댄스 장르로 굳혀지게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aKb-qfwbZ2M

그러니까, 이런 느낌이었던 것이다. 어우 낭만 넘치네

 

https://www.youtube.com/watch?v=cb2w2m1JmCY

전설적인 작곡가 듀크 앨링턴(Duke Ellington)의 'Take the A Train'

 

지금처럼 예술적인 장르의 느낌보다는 훨씬 더 대중적이었는데, 어느정도였냐면 이 재즈오케스트라의 곡들이 재즈가 아닌 팝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러니까, 재즈가 대중음악이었던 시대인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찰리 파커와 같은 전설적인 아티스트들을 선두로 비밥(bebop) 재즈가 발전해 나가기 시작했고, 대규모의 빅 밴드 위주였던 재즈씬은 점점 퀸텟(5중주), 쿼텟(4중주), 트리오(3중주) 등으로 규모가 작아지기 시작했다.

 

비밥과 모던 재즈

비밥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흑인들의 영감에서 시작된 재즈가 Swing Era를 겪으며 점차 백인들의 춤곡으로 변질(?)되어간다고 느끼던 흑인 아티스트들이 뭔가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시도해보려는 마음이 들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인지상정.

 

이전의 스윙재즈가 흥겨운 그루브 위에 달달한 멜로디를 얹어 듣기 편하고 춤추기 좋은 사운드를 들려주었다면, 비밥은 Improvisation. 즉, 즉흥연주가 거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요즘 우리가 일반적으로 재즈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의 시초격이다. 실제로 소위 모던 재즈라고 불리는 장르들은 거의 전부가 비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최소한의 틀 속에서 전개되는 자유로움.' 이라는 말이 아주 적합한 표현인데, 연주가 시작되면 다같이 Head라고 불리우는 정해진 코드진행과 멜로디를 한 번 연주한 뒤에 각 파트별로 돌아가면서 자유롭되, 주어진 Head의 틀 안에서 즉흥연주를 펼쳐내고 마지막에 다시 주제로 돌아와 마무리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예시로 비밥의 전설 찰리파커의 곡 하나를 가져와보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3fgxyyrqZ-I

Charlie Parker I've Got Rhythm

 

곡이 시작되면 피아노의 쌈빡한 인트로와 함께 리듬 파트들이 들어와주고, 그 뒤로 트럼펫이 이어서 Head 멜로디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 번의 주제가 마무리 된 뒤인 48초경부터 찰리 파커의 미칠듯한 색소폰 솔로가 시작된다. 그리고 색소폰의 차례가 끝나면 그 뒤를 이어 받는 트럼펫의 솔로. 또 그 뒤에 치고 나오는 색소폰의 솔로. 마치 두 악기와 두 연주자가 치열한 진검승부를 펼치는 듯 하다. 실제로 재즈 연주자들의 즉흥연주 트레이드는 그들의 자존심 대결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진검승부라는 말 자체가 아주 적합하게 들어맞는다. 

 

찰리 파커, 마일스 데이비스, 버드 파웰, 델로니어스 몽크, 디지 길레스피 등등을 찾아서 들어보면 그 진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쿨재즈와 하드밥

40년대에 떠오른 비밥에 이어, 50년대에는 쿨 재즈와 하드 밥이 재즈계를 양분했는데, 쿨 재즈는 주로 미국 서부, 하드 밥은 주로 미국 동부에서 강세를 떨친 만큼 각각을  '웨스트 코스트 재즈' 그리고 '이스트 코스트 재즈'라고 부르기도 했다.

비밥이 예술성을 끌어올리는 대신 빠른 템포, 복잡한 화성의 변화, 쉽게 감상하기 어려운 즉흥연주등의 요소로 인해 대중들에게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느낌이 있었다면, 쿨 재즈와 하드 밥은 각자의 방법으로 대중성이라는 것을 다시 그들 앞으로 가져다 두기 위해 노력하며 발전했다.

조금 더 직관적으로 설명하자면 쿨 재즈는 좀 더 차분하고 서정적이며, 클래식적 감성을 가진, 쿨쿨 잠들 때 듣기 좋은 그런 느낌. 또한 쿨 재즈 아티스트들은 재즈인데도 백인이 엄청 많은데, 빌 에반스, 쳇 베이커, 데이브 브루벡, 짐 홀 등의 아티스트를 들어보면 쿨 재즈의 정수에 흠뻑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2LFVWBmoiw

쿨 재즈계의 본좌. 빌 에반스 Trio.

 

 

하드밥은 이름에 하드가 들어가서 뭐 하드락처럼 빡셀 것 같지만 막상 그렇지만은 않다.

비밥을 좀 더 발전시켰다는 의미로 하드 밥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백인적인 색채를 가진 쿨 재즈가 서부에서 인기를 얻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동부의 흑인 재즈 아티스트들이 쿨 재즈보다는 좀 더 비밥에 가까운, 하지만 대중성도 같이 잡아내기 위한 노력 끝에 탄생한 장르인 것이다.

 

그래서 복잡한 화성이나 열정적인 사운드 자체는 비밥과 비슷하지만, 헤드 멜로디라던지 즉흥연주 자체가 조금 더 정돈되고 안정된 느낌이 들며, 리듬 파트들 또한 즉흥 연주에 참여하면서 적절한 길이의 호흡으로 서로 주고 받고, 치고 빠지는 마치 대화를 하는 '인터플레이'가 자리를 잡게된다.

주로 멜로디 악기들 위주로 돌아가면서 즉흥연주를 펼치던 이전세대의 비밥과 비교해보며 들어보면 그 차이가 더 쉽게 와닿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Cv9NSR-2DwM

쿨 재즈와는 확연하게 다른 맛. 하지만 이 또한 대중적이다.